
밤마다 자꾸 습관처럼 켜게 되는 창
요즘 밤만 되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든다. 원래는 종이책을 좀 읽어보려고 책상 위에 김애란 소설이나 묵직한 사회과학 서적을 쌓아두기도 했다. 요즘 출판시장에서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길래, 나도 좀 힙하게 살아보려나 싶었는데 결국 손가락은 웹툰 앱 아이콘으로 향한다. 사실 그게 더 편하다. 불 끄고 침대에 누워서 화면 밝기만 조금 줄이면 되니까. 요즘은 ‘흔한남매’ 같은 아동용 만화가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항상 있길래 혹해서 한 번 살펴볼까 하다가도, 결국엔 매일 업데이트되는 무료 웹툰 몇 편을 골라보는 게 루틴이 됐다.
불법 사이트의 끈질긴 유혹과 귀찮음
가끔 검색을 하다 보면 불법 웹툰 사이트들이 너무 쉽게 눈에 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던 적도 있다. 그런데 그런 곳들은 정말 이용하기가 피곤하다. 일단 들어가면 광고창이 팝업으로 쉴 새 없이 뜨고, 화질도 제각각이다. 문체부에서 ‘뉴토끼’ 같은 사이트들과 전쟁을 선포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사실 그런 기술적인 싸움보다는 사용자 입장에서 그냥 너무 불편하다. 로딩 속도도 느리고, 무엇보다 보고 싶은 만화를 찾으려고 클릭할 때마다 엉뚱한 광고가 뜨는 게 스트레스다. 요새는 정식 플랫폼들도 무료 회차를 꽤 많이 풀어줘서, 차라리 기다렸다가 정식으로 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일본 출판사들이 클라우드플레어에 손해배상 소송해서 이겼다는 소식을 보면서, 역시 콘텐츠는 제값 주고 보는 게 결국 서로 편한 길인가 싶기도 하고.
음식 소재 웹툰에 꽂혀서 보낸 주말
한동안은 퇴근하고 배고픈 저녁마다 음식 관련 웹툰을 찾아보는 데 빠져 있었다. 별 내용은 없는데, 작가들이 그려놓은 김치찌개나 라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 음식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서 밖에서 사 먹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많은데, 웹툰 속 음식은 공짜로 눈으로 배를 채우는 느낌이랄까. 사실 그런 만화들은 서사보다는 그냥 그 분위기를 즐기려고 보는 거라 완결까지 안 봐도 그만이다. 그러다 보니 내 서재에는 완결된 만화책들도 꽤 쌓여가고 있다. 한때는 만화가 예술이냐 아니냐 하는 묵직한 고민도 해봤는데, 지금은 그냥 퇴근길 왕복 4시간의 피로를 덜어주는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 것 같다.
전공으로 만화를 배운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우연히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같은 곳에서 웹소설이나 웹툰을 전공으로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만화가 그냥 소일거리처럼 여겨졌는데, 이제는 이게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된 것 같다. AI 바우처 협약 같은 기사들을 보면 이제는 아예 AI가 화풍을 학습해서 만화를 그려내는 시대가 올 모양이다. 예전 70~80년대 작가들의 화풍을 학습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과연 사람이 직접 고민해서 그리는 맛과 AI가 찍어내는 맛이 어떻게 다를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마 내가 지금 보는 이런 일상툰이나 가벼운 웹소설들도 머지않아 AI의 손길이 닿겠지. 그게 더 깔끔하고 대중적일지는 몰라도, 왠지 작가의 그 미묘하고 불완전한 감성이 담긴 만화들이 더 그리워질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결론 나지 않는 독서의 방식
결국 나는 오늘도 책 대신 웹툰을 켰다. 사실 어제 읽으려던 책은 펼쳐보지도 못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만화는 늘 내 일상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예전엔 만화방에 가서 백 원씩 내고 보던 게 이제는 손가락 하나로 해결되는 세상이다. 이렇게 쉽게 소비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다. 때로는 주호민 작가 사건처럼 만화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보면서, 만화가 가진 힘이 정말 대단하구나 느끼기도 한다. 그냥 웃고 넘기는 만화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내는 것도 대단한 재능이다. 나는 그저 오늘도 재미있는 만화가 업데이트되었는지 확인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게 잘하는 짓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당장의 피로를 풀기엔 이것만큼 만만한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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