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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침대에서 폰만 붙잡고 있었던 이유

admin 2026-07-24
주말 내내 침대에서 폰만 붙잡고 있었던 이유

밤새 몰아본 만화가 남긴 것

지난주 주말이었나,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원래는 청소도 좀 하고 밀린 빨래도 돌려야지 생각했는데, 넷플릭스 보다가 우연히 추천 알고리즘에 뜬 만화 하나를 클릭했다. 제목이 뭐였더라, 너무 익숙한데 또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냥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자겠지 싶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창밖이 밝아오고 있었다. 가격 따져보면 월 구독료가 몇천 원 수준인데, 그 몇천 원으로 얻은 게 밤샘과 퀭한 눈뿐이라니 참 웃기다. 그래도 읽는 동안만큼은 정말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너무 익숙한데 계속 보게 되는 이유

사실 요즘 웹툰들은 너무 많아서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떠 있는 것들은 너무 자극적이거나, 아니면 도저히 내 취향이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전에 즐겨보던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만화들은 이제 종이책으로 찾아보기도 힘들다. 가끔은 만화방이라도 가서 낡은 종이 냄새 맡으며 보고 싶은데, 요즘은 그런 곳 찾기도 쉽지 않다. 동네 근처에 있는 작은 만화 카페가 있긴 한데 한 시간에 3,000원 정도 하려나. 그곳은 왠지 모르게 자꾸 발길이 뜸해진다. 이상하게도 화면으로 보는 것과 손으로 넘기는 건 차이가 크다.

왜 나는 현실 도피를 하는가

만화 속 주인공들은 참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에는 자기 자리를 찾아가거나, 말도 안 되는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어제 본 만화 주인공도 그랬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덴샤어택 같은 상황에 휘말리는데, 그 과정이 너무 만화적이라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현실의 나는 빨래 하나 돌리는 것도 귀찮아서 꾸물대는데, 그 친구들은 세상 구하느라 바쁘니까. 묘하게 비교되면서도 위로가 되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가끔은 나도 저렇게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보는 시간

어릴 적 졸업사진 찍을 때 만화 캐릭터 따라 하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처럼 기발한 건 아니었지만, 그때도 우리는 만화 속 인물이 되고 싶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한데, 그때는 그게 정말 재미있었다. 지금 만화를 보면서 느끼는 재미도 사실 그때의 그 감정이 조금 남아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성경 공부할 때도 만화로 된 거 보면 더 잘 읽히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인간은 글자보다는 그림으로 무언가를 기억하는 게 더 익숙한 존재인가 보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

오늘도 만화 앱을 켰다 껐다 한다. 딱히 재미있는 게 없는데도 습관처럼 들어간다. 이건 도대체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추천 목록을 봐도 어제 읽은 것보다 못한 것 같고, 다시 한번 볼까 싶기도 하지만 결말을 알면 재미가 없으니까 고민만 한다. 돈을 내고 보는 플랫폼들이 예전보다 훨씬 잘 되어있긴 한데, 이상하게도 옛날에 학교 뒤편 만화방에서 빌려 보던 그 눅눅한 느낌은 안 난다. 그게 그리운 건지, 아니면 그냥 그때의 내 시간이 그리운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늘도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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