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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꽂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성인 웹소설을 듣다가 당황했던 일

admin 2026-07-26
이어폰을 꽂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성인 웹소설을 듣다가 당황했던 일

출퇴근길 지하철 2호선에서 시작된 호기심

매일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왕복 거의 두 시간씩 길바닥에 시간을 버리다 보면 정말 별의별 짓을 다 하게 된다. 처음에는 유튜브로 짧은 영상들을 보거나 포털 뉴스를 뒤적거렸는데 그것도 일주일 지나니까 금방 질렸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요즘 웹소설 플랫폼들이 꽤 다양해졌다는 글을 읽었다. 예전에 중고등학교 다닐 때 판타지 소설책 대여점에서 빌려 보던 생각도 나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켜고 무료 소설 사이트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텍스트로 대충 눈으로 훑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플랫폼들 앱 기능이 묘하게 좋아져서 텍스트를 기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 거의 기본으로 들어가 있었다. 굳이 만원 버스 안에서 화면을 계속 쳐다보지 않아도 귀로 들으면서 갈 수 있겠다 싶어서 솔깃한 기분이 들었다.

조아라와 노벨피아 플랫폼을 비교하며 고민하던 순간

대충 검색해 보니 예전부터 이름이 알려진 조아라가 먼저 보였고, 요즘 젊은 층이 많이 쓴다는 노벨피아라는 곳도 있었다. 일단 두 군데 다 가입을 해서 대충 둘러봤는데 과금 체계나 인터페이스가 조금씩 달랐다. 조아라는 오래된 만큼 작품은 많은데 편당 결제(대략 한 편에 100원 정도) 방식이 많아서 나처럼 가볍게 몇 편 찍어 먹어볼 사람에게는 매번 결제창이 뜨는 게 꽤 성가셨다. 반면에 노벨피아는 월 9,900원짜리 멤버십 요금제를 쓰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고 하길래 혹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이걸 한 달 내내 붙잡고 들을 만큼 진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돈부터 내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그냥 맛보기로 풀려 있는 무료 소설 분량만 골라서 지하철 구석에 자리를 잡고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읽어주는 민망한 대사들의 충격

장르를 뒤적거리다가 조회수가 높은 성인 전용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하나 골라 재생했다. 그런데 재생을 누르자마자 밀려오는 느낌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본 기계 음성(TTS)으로 본문을 읽게 하니, 국어책을 읽는 듯한 아주 차분하고 건조한 여성 인공지능 목소리가 노골적인 묘사들을 아주박박 쪼개서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같은 대사들이 차가운 기계음으로 흘러나오니까 왠지 모를 민망함이 배가 되는 기분이었다. 혹시라도 블루투스 연결이 끊겨서 지하철 조용한 구석에 이 소리가 흘러나갈까 봐 혼자 소스라치게 놀라 스마트폰 볼륨 버튼을 급하게 낮췄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 없이 자기 폰만 보고 있었지만 괜히 목덜미가 뜨거워졌다.

무료 소설 사이트의 지저분한 광고들과 낚시 링크의 피로감

플랫폼 공식 앱을 벗어나 구글 검색으로 나오는 불법 무료 소설 사이트나 야설 사이트들을 기웃거려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곳들은 들어가자마자 사설 도박이나 이상한 성인 광고 팝업창이 화면 전체를 덮어버려서 짜증이 확 치솟았다. 팝업창의 닫기 버튼인 X 표시를 조심스럽게 눌러도 엉뚱한 광고 페이지로 자동 연결되기 일쑤였고, 스마트폰이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식의 낚시 경고창이 떠서 뒤로 가기를 연타해야 했다. 일본 소설을 번역해서 올려둔 블로그들도 몇 군데 찾아 들어갔으나 번역기를 대충 돌린 탓에 문맥이 다 깨져 있어서 읽기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공짜로 보려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시간만 버리는 꼴이 되어 결국 몇 번 끄적거리다가 창을 꺼버렸다.

침대 위에 누워 밤늦게 다시 켜본 음성 콘텐츠의 묘한 분위기

그날 밤 퇴근을 하고 씻은 뒤 침대에 누웠는데, 지하철에서 끊겼던 그 기묘한 목소리의 소설 내용이 묘하게 머릿속에 맴돌았다. 결국 새벽 2시쯤 방 불을 다 끄고 조용해진 상태에서 이어폰을 다시 꽂아보았다. 이번에는 유튜브에 올라온 성우 지망생들이 녹음했다는 라디오 드라마 형식의 음성 콘텐츠를 재생했다. 확실히 낮에 들었던 기계 음성보다는 감정이 들어가 있고 효과음도 섞여 있어서 몰입감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어폰 너머로 숨소리 같은 게 너무 가깝게 들리니까 오히려 귀가 간지럽고 민망해서 10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정지 버튼을 눌렀다. 역시 눈으로 텍스트를 읽는 게 내 속도에 맞춰 상상하기에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무 데도 정착하지 못하고 남은 어정쩡한 느낌

며칠 동안 이런저런 사이트를 방황하며 기계 음성도 들어보고 텍스트도 훑어봤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떤 플랫폼에도 정기 결제를 하지 않았다. 매번 조각조각 결제하자니 돈이 아깝고, 그렇다고 월정액을 끊어서 보기엔 내가 웹소설을 그렇게까지 열심히 읽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광고 범벅인 무료 사이트를 매번 뚫고 들어가는 수고를 감당하기도 귀찮아졌다. 출퇴근길 2호선 안에서 잠깐의 지루함을 달래보려던 시도였는데, 남은 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그 건조한 기계 목소리의 기묘한 기억뿐이다. 앞으로는 그냥 평범하게 노래나 들으면서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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