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보다 문이 늦게 열리는 만화카페
지난주 평일에 갑자기 시간이 비었다. 정말 뜬금없지만, 예전에 자주 가던 동네 만화카페 생각이 났다. 사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보다 어디든 나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웹툰이나 몰아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요즘은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웹툰으로 보는 게 일상이지만, 가끔은 종이책의 질감이 그리울 때가 있지 않나. 그래서 아침 일찍 서둘러서 준비하고 나갔다. 예전에 종종 가던 24시 만화카페라고 알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분명 네이버 지도에는 24시간 영업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사장님 사정에 따라 오전 8시나 9시쯤 문을 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쯤이었는데, 안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밖에서 서성이다가 그냥 근처 편의점이라도 갈까 싶었는데, 괜히 오기가 생겨서 20분 정도를 더 기다렸다. 나중에 문이 열리고 나서야 알게 된 건데, 평일 아침에는 청소나 준비 때문에 조금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낡은 만화책과 묘한 거리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예전 생각이 났다. 어릴 때는 고행석 만화책 같은 걸 빌려보느라 만화방을 참 많이도 들락거렸는데, 요즘은 인테리어부터가 다르다. 푹신한 소파에 다리를 뻗고 앉아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도 많고, 아예 노트북을 들고 와서 업무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고른 구역은 구석진 굴방이었는데, 한 시간 이용료가 3천 원 정도였나.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사실 내가 읽고 싶었던 최신 웹툰 단행본들은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웬만한 인기 만화책들은 다 있는데, 내가 딱 보고 싶었던 신작은 웹소설 기반이라 그런지 책으로는 나오지 않았더라. 결국 예전에 보던 일본 만화책 순위에 항상 올라와 있던 것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10년 전에는 그게 그렇게 재밌었는데, 다시 보니 그림체가 너무 촌스럽게 느껴져서 5분도 안 돼서 덮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스마트폰을 켜서 무료 웹툰 사이트를 기웃거렸다.
콘텐츠 소비에 대한 묘한 피로감
사실 요즘은 웹툰을 보는 플랫폼이 너무 많다. 문화상품권을 어디서 쓸까 고민하다가 결국 웹툰 결제에 쓰게 되는데, 이게 쌓이다 보면 한 달에 나가는 돈이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고 무료로 볼 수 있는 곳들을 찾아다니자니 광고가 너무 많아서 흐름이 다 끊긴다. 웹툰을 보다가 댓글 창을 보면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게 주된 목적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성한 찬란’ 같은 웹툰을 보다가 옆자리 학생이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는데, 그 친구들도 내가 지금 보는 웹툰의 줄거리를 가지고 한참을 떠들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나만 이런 평범한 일상을 만화 속 이야기로 채우려는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한 시간 남짓 앉아 있다가 나왔는데, 읽은 책은 한 권도 없고 커피만 두 잔 마시고 나온 셈이다. 딱히 뭘 하고 싶었던 건지, 뭘 얻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변해버린 독서 습관에 대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다시 웹툰 앱을 켰다. 이상하게도 아까 만화카페에서는 그렇게 집중이 안 되던 내용이 지하철의 소음 속에서는 잘만 읽힌다. 모바일 환경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KAIST 연구팀이 웹툰을 입체적으로 보게 만든다는 기사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나중에는 정말 내 방이 웹툰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무섭기도 하다. 지금은 그냥 편하게 넘기는 게 좋은데 말이다. 사실 예전에는 만화방에 가는 게 하나의 이벤트였는데, 이제는 그냥 스마트폰 화면 속에 갇혀 지내는 것 같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나간 건데, 막상 나가서도 결국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씁쓸하다. 다음번에는 만화카페에 갈 때 아예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가볼까 싶기도 한데, 아마 도착하자마자 다시 폰을 찾게 될 것 같다. 요즘은 정말 뭘 해도 제대로 마무리가 안 되는 기분이다.
만화카페 가는 대신 지하철에서 웹툰을 보니까, 오히려 더 편안하게 읽히는 것 같네요. 나도 뭔가 집중하고 싶을 때 스마트폰만 찾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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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줄거리 때문에 옆자리에서 대화도 겹쳐서 좀 혼란스러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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