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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책들을 보니 갑자기 정리가 하고 싶어졌다

admin 2026-07-04
집에 있는 책들을 보니 갑자기 정리가 하고 싶어졌다

책장을 가득 채운 애매한 도서들

주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거실 책장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 들였던 프뢰벨 바른생활동화부터 꽤 비싼 돈을 주고 샀던 프뢰벨 삼국지까지, 꽂혀 있는 책들의 면면이 참 다양하다. 한때는 정말 열정적으로 읽어주었는데 이제는 아이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책들이 태반이다.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까운 게, 전집이라는 게 참 애물단지다.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같은 과학 동화는 아이가 그래도 조금은 들춰보는 것 같은데, 나머지 책들은 그냥 공간만 차지하는 장식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읽으려고 샀던 SQLD 자격검정 실전문제 책도 사실 책장에 꽂혀만 있다. 몇 달 전에 호기롭게 펼쳤다가 몇 장 풀고는 그대로 덮어버린 기억이 난다. 이런 걸 보면 책장에 꽂힌 책들이 다 주인의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찔린다.

아이의 관심사와 엄마의 기대 사이

최근에는 학습만화 위주로 책을 채워넣었다. 흔한남매 시리즈나 정재승 교수님 이름이 들어간 책들이 집에 오면 아이가 일단 반응은 한다. 확실히 그림이 많고 구성이 화려하니까 아이가 먼저 집어 들긴 하는데, 이게 정말 학습이 되는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학교 친구들이 다 본다고 해서 샀던 것들도 많고, 당근마켓에서 전집 상태가 괜찮길래 덜컥 사버린 것들도 섞여 있다. 프뢰벨 삼국지도 한때 엄청 유명하다고 해서 샀는데, 사실 중간중간 빠진 권수도 있는 것 같고 온전하지가 않다. 이런 애매한 상태의 책들을 보면 정리가 시급한데, 또 막상 책장을 정리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그냥 두자니 짐이고, 비우자니 나중에 또 찾을까 봐 망설여지는 이 기분 다들 알지 않을까.

낡은 만화책과 종교 서적들

내 방 책장 구석에는 내가 예전에 모았던 만화책들도 있다. 베르세르크 만화책이랑 은혼 만화책 같은 건데, 이제는 펼쳐보지도 않지만 막상 처분하려니 너무 아쉽다. 이삿짐 센터에서 짐 옮길 때마다 무겁다고 구박받던 그 책들이 여전히 그대로다. 그 옆에는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이랑 표준새번역성경이 나란히 꽂혀 있다. 가끔 마음이 복잡할 때 꺼내 읽으려고 샀는데, 사실 펼치는 빈도는 만화책보다 못하다. 이런 걸 보면 정말 사람이 일관성이 없다. 책은 사는 순간의 욕망이지, 읽는 건 또 다른 영역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데 정말 맞는 말 같다.

숲속의 담과 제3인류 사이에서

최근에는 아이가 갑자기 웹툰 단행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숲속의 담’ 같은 책들을 서점에서 보고 사달라고 조르길래 몇 권 사줬다. 나도 옆에서 같이 보는데 의외로 재미있더라. 예전에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 같은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런 걸 보면 책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냥 읽히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도 50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하니, 이런 류의 책들이 우리 아이 세대에는 당연한 학습 도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정작 엄마인 나는 예전처럼 차분하게 앉아서 두꺼운 책을 읽을 여유가 잘 안 난다. 그냥 책장 정리를 하다가 책 제목들만 훑어보고 시간을 다 보낸 것 같다.

결국 정리는 내일로 미룬 채

책장 정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벌써 3시간이 지났다. 책 몇 권을 이리저리 옮겨보고, 안 읽는 책들을 한구석으로 밀어넣는 정도로 타협했다. 아이가 언제 또 이 책들을 다시 볼지 모르니 함부로 다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책장은 더 어질러졌고,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정재승 교수의 강연회 신청도 응모해 볼까 싶어서 예스24 사이트를 열어봤는데, 당첨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창을 닫았다. 마음만 바쁘고 몸은 움직이지 않는 주말의 연속이다. 그래도 책장에 꽂힌 책들을 한번 훑어보니 그동안 내가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대충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다음에 시간 나면 정말 각 잡고 다 버려야지 생각하지만, 아마 다음 주말에도 똑같은 상태일 것 같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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