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써서 무언가 결과물을 내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게 ‘어디서부터 시작할까’라는 막막함입니다. 저도 30대 초반, 회사를 다니며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객기를 부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무작정 시나리오 학원이나 연출 학원을 등록하면 금방이라도 데뷔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기대와 달리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수강료는 한 달에 30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까지 들었고, 학원비가 아까워 꾸역꾸역 나갔지만 결과적으로 제 글은 한 줄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실력이 늘기보다는 ‘학원 숙제’를 해치우는 데 급급했으니까요. 이게 많은 초보 작가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입니다. 시스템 속에 들어가면 내 실력이 저절로 늘 것이라는 착각 말이죠.
글쓰기 모임은 어떨까요?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어본 바에 따르면, 글쓰기 모임은 실력 향상보다는 ‘생존 신고’에 가깝습니다. 마감 기한을 정해놓고 강제로 쓰는 경험은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비전문가들끼리 모여 서로의 글을 품평하는 과정에서 겪는 회의감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제 글이 비판받았을 때 느꼈던 그 묘한 자격지심과, 반대로 남의 글을 고쳐주다가 시간만 날렸던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씁쓸합니다. ‘이게 정말 내 글을 완성하는 길인가?’라는 의구심은 아마 끝까지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블라이스와 같은 플랫폼 공모전은 또 다른 세계입니다. 연재 지원이나 숏노블 기획은 확실히 목적 지향적입니다. 공모전 준비를 위해 약 3개월 정도를 쏟아부은 적이 있습니다. 32화에서 64화 분량의 숏노블을 기획할 때, 제 머릿속엔 ‘기승전결’만 가득했죠. 그런데 막상 결과물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너무 공식에 맞추려다 보니 정작 제가 쓰고 싶었던 날 선 감정들이 다 죽어버린 겁니다. 결국 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그 이후로는 오히려 힘을 빼고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 실패가 준 교훈은 하나였습니다. ‘플랫폼이 원하는 공식도 중요하지만, 글쓴이의 고집이 없으면 독자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기술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다빈치 리졸브 같은 영상 툴을 다룰 줄 알거나 시나리오 작법을 공부하는 건 분명 무기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수단일 뿐입니다. 제가 아는 한 영화감독 지망생은 1년 동안 툴 공부만 하다가 정작 시나리오 한 페이지도 쓰지 못했습니다. 반면,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고 그냥 매일 3천 자씩 쓰는 친구는 벌써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를 시작했죠. 무엇이 더 효율적일까요? 상황마다 다릅니다. 문장력이 부족하다면 모임이 낫고, 이야기 구조가 문제라면 학원이 낫습니다. 하지만 둘 다 하지 않고 그냥 매일 조금씩 써보는 것보다 나은 선택지는 사실 없습니다.
결국 창작은 거래입니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려면 내 개인 시간과 사회생활을 기꺼이 희생해야 합니다. 무작정 공모전에 매달리기보다, 짧은 분량의 단편을 꾸준히 완성해 블라이스 같은 곳에 올리며 독자 반응을 확인하는 건 매우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다만, 독자의 반응이 없다고 해서 너무 상처받지는 마세요. 사실 그건 내 글이 나빠서라기보다, 알고리즘과 우연의 일치가 겹치지 않았을 확률이 더 큽니다. 진짜 문제는 그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이죠.
이 조언은 스스로 마감을 정하고 묵묵히 써 내려갈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유효합니다. 반대로, 누군가 옆에서 강제로 채찍질해주길 바라거나,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만 하는 조급함이 큰 분들에게는 이 방식이 맞지 않을 겁니다. 다음 단계로, 지금 당장 5천 자 분량의 짧은 단편을 완성해보세요. 퇴고는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일단 ‘완성’이라는 경험을 해보는 것, 그것이 공모전 수상이나 학원 수강보다 훨씬 더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작가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창작의 세계는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숏ノ블 기획할 때 기승전결만 생각하니까, 결과가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나네요. 오히려 그런 경험이 쓴 글에 주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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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노블 기획할 때 ‘기승전결’만 생각하는 거, 진짜 공감해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거든요. 결국 감정 다 죽고 결과가 안 좋았던 경험 때문에 그런 틀에 갇히는 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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